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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고아’ 꼬리표를 떼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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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2 22:41:26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③ 자립생활관, 배불러서 안 가는 게 아니다

정부는 강조한다. “만 18~24세 보호 종료 청소년 가운데 퇴소를 미루고 싶은 사람은 자립지원시설(자립생활관)에 입소할 수 있다”고. 전국에 12곳, 시설당 정원이 30명 정도인데 “정원을 다 채우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만들어줘도 안 쓰는 걸 어쩌냐”는 항변도 뒤따른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아동양육시설에서 자립생활관이 있다는 얘기를 안 해주셔서 그런 게 있는 줄 몰랐다”거나, “단체생활에 지쳤다”거나, “막상 자립생활관에 들어가보면 적응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아동양육시설 자립지원 사회복지사들의 기록 <자립 이야기>의 한 대목이다. “퇴소를 앞둔 아동에게 원룸 월세를 제일 피하고 가급적 공동생활관(자립생활관) 입소를 추천하지만 그럼에도 해마다 비싼 월세인 원룸으로 떠나는 아동이 꼭 있습니다. ‘여태 친구 동생 언니 선생님 아옹다옹 부대끼며 살았는데 보육원을 나가서도 같이 살라니 싫습니다’가 이유입니다.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고, 애들 우는 소리가 듣기 싫을 때도 있는데 현실은 아동에게 그런 호사를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보호 종료 청소년이 무료로 지원되는 자립생활관을 마다한다는 얘기 끝에는 곱지 않은 세간의 시선이 뒤따른다. 그러나 <자립 이야기>에 등장하는 시설 아이들의 현실은 외부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간단치 않다. 빨리 떼어버리고 싶은 ‘고아’ 꼬리표, 엄격한 단체생활 규율, 각종 시설 프로그램에 동원되는 부담, 후원자들이 주야장천 들락거리는 내 집 같지 않은 분위기…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어른 아이’의 마음을 단순히 “배부르다”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김수지(24·가명)씨는 대학 입학식을 하기도 전에 아동양육시설로부터 “짐 좀 빼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동생들’이 개학하기 전에 시설 방 배치를 바꿔야 한다는 이유였다. 김씨는 LH전세임대주택을 알아볼 겨를도 없이 시설에서 운영하는 자립생활관에 배정됐다. 얼떨결에 옮겨간 자립생활관엔 대학생보다 직장인이 훨씬 많았다. 아동양육시설처럼 선생님이 상주하며 ‘규율 엄수’를 강조했는데, 규율은 수가 많은 직장인의 생활 형태에 맞춰 정해졌다. 김씨는 “직장인들이 매일 아침 출근했다가 저녁에 퇴근한다며 대학생도 똑같이 하라고 했다”며 “집인데도 낮에는 들어가 쉴 수 없고 밖을 떠돌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아동양육시설에서 도벽에 젖은 아이들이 있다보니 ‘도난 사고’가 빈발하는 것도 문제였다. 다행히 김씨를 딸처럼 아끼던 아동양육시설 선생님이 “같이 살자”고 손을 내밀어줬다. 김씨는 두 달 만에 자립생활관을 빠져나와 1년 가까이 선생님 집에 함께 살며 자립을 준비할 수 있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설을 집처럼 잘 만들어놓으면 아이들이 왜 안 들어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시설처럼 운영되는 현재 자립생활관 시설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아동양육시설로 쓰다가 정원 미달로 남는 건물을 자립생활관 용도로 쓴다. 아동양육시설 바로 옆에 있으니 시설을 나와 다시 시설로 들어가는 셈이다. 자립생활관이 보통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어 직장이나 대학에 다녀야 하는 보호 종료 청소년들이 이용하기에도 매우 불편하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④ ‘과부하’로 유명무실한 자립전담관


사단법인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자립생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는 신미나(20·가명)씨는 “(보호 종료 청소년에게) 필요한 건 멘토”라고 말했다. 신씨는 대학에 입학했고, 휴학 뒤 정규직 일자리도 구했다. 그래서인지 “물질은 우리가 노력하면 되는 부분”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신 “돈으로 살 수 없는 관심, 사랑, 심리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며 “나는 오늘내일 일만 생각하는데, 그룹홈 원장님은 학교든 직업이든 미래를 내다보고 조언해주신다”고 말했다. 자신은 자립 뒤에도 엄마 같은 그룹홈 원장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모든 보호 종료 청소년에게 ‘마음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시설 자립생에게 ‘멘토’와 같은 도움을 주려고 2011년부터 각 시설에 자립지원전담요원(자립전담관) 배치를 의무화했다. 자립전담관은 만 15세부터 보호 종료 3개월 전까지 보호 아동에 대해 매년 자립기술평가와 자립지원계획을 세우고, 보호 종료 이후 5년간 사회 적응을 돕는 전문가다. 2018년 기준, 전국 758개 기관에 총 252명의 자립전담관이 배치됐다. 30명 이상 시설에는 자립전담관이 1명씩 배치되지만, 가정위탁지원센터에는 중앙 1명과 지역 17명 등 총 18명이 배치됐다. 그룹홈에는 자립전담관이 없다.

아동양육시설에는 자립전담관이 1명씩 배치됐지만 늘 ‘과부하’ 상태다. 많게는 수백 명씩 되는 15세 이상 시설 보호 아이들에게도 자립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각종 프로그램 운영과 보고서 작성으로 만성 과로에 시달린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퇴소생까지 세심하게 관리하기엔 시간과 체력이 달린다.

아동양육시설 아이들의 자립 교육과 취업을 돕는 사회적기업 ‘소이프(SOYF) 스튜디오’의 고대현 대표는 “아동양육시설마다 규모가 달라서 자립전담관 한 명당 적게는 두세 명에서 많게는 몇십 명씩 퇴소생들을 케어(돌봄)한다. 1년에 퇴소생이 40여 명씩 되는 시설에서 아이들이 입학하고 이사하고 취직할 때마다 자립전담관 선생님들이 일일이 도와줄 수 없다”고 사정을 전했다. 김수지씨가 자란 시설은 해마다 퇴소생이 70~100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보호 종료 이후 5년간’ 퇴소생들을 돌봐야 한다는 규정 탓에 요즘도 가끔 자립전담관 선생님의 연락을 받긴 한다. 그러나 김씨는 “자립생이 너무 많아서 카톡으로 ‘잘 지내니?’ 안부를 묻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룹홈 퇴소 청소년들의 홀로서기 준비과정 경험’ 논문을 쓴 최경옥 청운대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는 그룹홈 아이들한테도 아동양육시설처럼 자립전담관이 붙어서 관리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최 교수는 <한겨레21> 인터뷰에서 “일반 가정에서 자란 대학생들도 인생의 크고 작은 결정을 해야 할 때 혼자서 결정을 못한다.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조언하거나 방향을 제시해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하물며 다양한 경험이 부족한 시설 보호 종료 아이들에겐 좋은 집 구하는 법부터 자립정착금 관리하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줄 ‘사후관리자’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익중 교수는 “퇴소 뒤 도와달라고 연락할 수 있는 곳, 어디든지 연락할 핫라인 같은 게 필요하다”고 했다. 시설별로 자립전담관을 배치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전국 여러 곳에 자립지원단 지부를 만들어 자립생들을 도울 ‘통로’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⑤ ‘알바’하면 탈락하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보호 종료 청소년과 그들을 돕는 사회복지사를 만나면, 누구나 한두 가지 ‘기초생활수급자(수급자) 탈락 황당 사례’를 풀어놓는다. 연락이 끊긴 친권자가 자녀 이름만 ‘부양가족’에 올려 소득공제를 받는 바람에 보호 종료 청소년이 수급자에서 탈락했다는 비극부터, 자립 좀 해보려고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했더니 급여가 중단돼 다시 빈곤층이 됐다는 블랙코미디까지 사례는 다양하다.

분당 샘물교회에서 지원하는 한 아동양육시설 자립생은 주민센터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러 갔다가 퇴짜를 맞았다. “아빠랑 가끔 전화 통화한다”고 털어놨다가 ‘부모와 관계 단절’이 아니라는 이유로 탈락한 것이다. 샘물교회 담당자가 “부모한테 아무런 지원을 못 받은 아이”라고 따지자 “아빠한테 사유서를 받아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마음이 여린 아이는 차마 아빠한테 사유서를 써달라고 할 용기가 없어 수급자 신청을 포기했다.

지난 2월 퇴소한 김규석(가명)군은 ‘무업자’(무직자)인 상황에서도 아예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지 않았다. 김군은 “시설 선생님이 요즘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이 까다로워졌고, 나처럼 건강한 청년은 받기가 어려울 거라고 했다. 지금은 수입도 없어서, 4월부터 정부가 지원하는 자립수당 30만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지씨는 아동양육시설 퇴소 뒤 대학에 입학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하지만 김씨 뒤를 이어 시설에서 퇴소한 동생과 ‘합가’하면서 수급 자격을 잃었다. 대학 대신 취업을 선택한 동생에게 월 180만원의 소득이 생겨서다. 김씨는 수급자에서 탈락한 뒤 평일엔 학교에 가고 주말엔 화장품 공장, 택배 공장에서 닥치는 대로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자립 5년차 김정우(가명)씨는 “기초생활수급제도는 진짜 이상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뒤 매달 50만원을 받았다. 돈을 좀 모아보려고 아르바이트로 70만~80만원만 벌어도 바로 급여가 끊긴다.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돼서 다시 수급자 신청을 하려면 주민센터에서 모든 신용카드의 1년치 카드 내역서를 다 뽑아오라고 한다. 200~300장 되는 걸 뽑아가서 우여곡절 끝에 재신청해도 다시 급여를 받을 때까지 3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이 모든 과정을 아는 시설 자립생들은 아르바이트를 아예 포기하거나 수급이 끊기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만 유지한다. 김씨는 “열심히 살아서 자립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수급의 궁극적인 목표 아니냐”며 “우리나라는 열심히 살 의욕을 꺾어버리면서 ‘수급 받고 빈곤층으로 살지, 아르바이트하면서 빈곤층으로 살지’ 선택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가정위탁으로 자란 이다현(가명)씨는 친구들이 ‘유리 몸뚱아리’라고 부른다. 체중이 40㎏도 안 될 정도로 야윈데다 무릎연골연화증, 척추측만증으로 늘 아프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 등급’을 받을 정도의 장애는 아니어서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다. 이씨는 보호 종료 뒤 찾은 주민센터에서 ‘탈수급’이라 해서 그런 줄 알고 체념했다.

이씨는 미용사 자격증 소지자지만 하체가 약해 종일 서서 일할 수 없다. 요즘은 대형 쇼핑몰에서 하루 5.5시간씩 아르바이트해 월 110만원을 번다. 4대 보험료 5만원을 빼고 월세 20만원, 공과금 5만~6만원, 보험료 7만원, 휴대전화 요금 8만5천원, 주택부금 2만원이 빠져나간다. 이씨와 반려견의 생활비로 남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씨는 “나처럼 몸이 아파서 일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은 생계급여가 아니더라도 의료보험 2종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병원이라도 편하게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를 지원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가정위탁지원센터의 권유정 과장이 말했다. “다현씨는 2017년 2월 보호 종결이 된 탓에 4월부터 지원되는 자립수당 30만원도 못 받는다. 자립수당은 2017년 4월 이후 보호 종결자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수당 지원이 절실한 다현씨는 2개월 차이로 지원을 못 받고, 2017년 4월 이후 퇴소해 공기업 정규직으로 취직한 친구는 ‘안 받아도 그만인’ 수당을 받게 됐다. 다현씨 같은 자립 지원의 사각지대가 있는데, 너무 안타깝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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