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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아이들이 위험하다
yesdaddy 222.116.52.211
2020-07-11 09:18:49

 

근래에 한국에서 들려오는 아동 학대 사건, 여행 가방에 갇혀 죽은 아이와 학대를 견디지 못해 집에서 탈출한 아이 이야기는 너무 가슴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이렇게 확실한 범죄가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는 부모로 하여금 자녀들을 합법적으로 괴롭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나와 지인들이 창립하여 운영해 온 야나 미니스트리는 한국에 있는 아동복지센터, 즉 고아원으로 불렸던 시설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는 비영리 단체다. YANA `You Are Not Alone`이라는 메시지, 그들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실천적인 방법으로 전하는 일을 해 왔다.

 
이 일을 통해 만나게 된 친구 S는 아장아장 걸을 때쯤 기차역 근처에서 발견되어 복지센터에서 살게 되었다고 했다.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부모를 찾았지만 연락한 사람은 없었다. 보육원 원장님이 지어준 이름과 의사가 짐작해서 정해준 생일로 아이는 다시 태어난 삶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언젠가 아주 믿기 어려운 말을 했다. 아예 고아인 것이 감사하다고.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한국에는 약 2만7000명의 아이들이 아동 복지 시설에서 살고 있다는 통계를 언젠가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매년 약 4000명이 이런 시설에 맡겨진다는 말도 들었다. 출산율은 줄고 있지만 버려지는 아이들 수는 올라가고 있다는 슬픈 얘기도 들었다. 놀라운 것은 이런 아이들 중 적어도 80%는 S와는 달리 고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살아 있는 부모가 엄연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시설에 맡겨진다. 이 중에는 자주 연락하고 찾아오는 이들도 있지만, 연락을 끊고 아이들과는 거의 상관없는 삶을 사는 부모들도 많다. 적어도 아이들이 부모를 부양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동시에 보육원에서 퇴소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정부가 지원하는 자립 정착 보조비가 많으면 500만원까지 주어진다. 그리고 후원자들 도움으로 보육원 선생님들이 모아주는 자금도 꽤 받고 퇴소하는 아이들도 있다. 문제는, 10여 년을 연락 없이 살던 부모가 이때쯤 자식들에게 연락을 하고 이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것도 모자라 경제활동이 가능해진 자녀들에게 부모 부양을 계속 요구하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게 있다고 들었다. S가 왜 고아인 것이 감사하다고 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다. 양육 책임을 저버린 부모라도 부양 책임은 자녀가 져야 하는 사회의 관례.

백인 우월주의는 미국이 풀어가야 하는 큰 사회문제다. 부모 우월주의는 한국이 풀어가야 하는 사회문제라고 나는 믿는다. 어린이 양육 문제가 미국 가정법원 판사의 관할건이 되면 무엇보다 그 어린이에게 최선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이를 명령하게 되어 있다. 필요하다면 임시적으로나 종신적으로 친권을 박탈하기까지 한다. 예를 들어 아이를 정부가 운영하는 탁아 시스템에 맡겨놓고 연락을 끊는 부모의 친권은 당연히 박탈된다. 따라서 아이는 그를 아끼는 위탁가정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살 수도 있고, 입양이 되어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 수도 있다.

부모가 연락을 3년 이상 하지 않을 때에는 친권을 박탈할 수 있는 법이 한국에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 법에 따라 친권을 잃는 일은 아주 드물다고 한다. 결국 버려진 아이들 권리보다 자식을 버린 부모의 권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에게서 그 자녀가 남기고 간 유산에 대한 상속권을 박탈하는 `구하라법`을 통과시키려는 국회의원 이야기를 읽었다. 이 법을 통과시키는 것도 중요하고, 그 법에 따라 상식에 어긋나는 상속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통과된 법을 시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신순규 시각장애 월가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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