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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는 말을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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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5 22:31:32
 
“요즘 고아라는 말을 안 쓰죠. 요보호아동이라고 합니다. 이 단어에는 저소득층 아동, 한부모 가정 아이들이 모두 포함돼 있어요. 뭉뚱그려진 느낌이에요. 가정이 아닌 고아원에서 자란 우리의 정체성을 담을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고아라는 말을 사용해요.”

3월20일 오후 <한겨레21>과 만난 조윤환(40)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단체 이름에 ‘고아’라는 단어를 앞세운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근래에는 고아라는 단어가 차별과 편견을 담은 표현이라 해서 이 말 대신 요보호아동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 대표는 지난해 4월 아동양육시설 퇴소자들의 권익 보호와 복지를 위해 고아권익연대라는 이름으로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고아권익연대는 보육원 퇴소생들이 주체가 되어 만든 당사자 단체다.

 

첫 번째 관계의 상처

조 대표는 “부모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13살 이전부터 아동양육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은 모두 고아”라고 정의한다.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할 유아기와 아동기에 아동양육시설에서 있다는 점이 ‘고아’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기준점이라는 것이다. “모든 아동은 가정에서 자랄 권리가 있어요. 그 마땅한 권리를 빼앗긴 이들이 바로 고아예요. 예전에는 ‘전쟁고아’라고 해서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원에 간 아이가 많았잖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이혼, 경제적 이유로 부모에게서 버림을 받은 고아가 많아요.”

그런데 문제는 고아들이 다시 가정에서 지낼 기회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입양되거나 친권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보육원, 그룹홈 등 아동양육시설로 가서 만 18세가 될 때까지 시설 아이로 자란다. 특히 뿌리 깊은 혈연주의 때문에 입양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

조 대표는 7살에 거리에 버려져 보육원에서 자랐다. “부모 품에서, 가정에서 자라야 할 나이에 시설에서 자란 것, 그 자체가 커다란 상처예요. 버림받은 아이라는 그 아픔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예요. 부모와 떨어져 시설에서 집단생활을 하니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부모에게 투정 부리는 것도 못하잖아요. 집단생활의 엄격한 규율을 따라야 하고요. 제 경우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기억나는 게 기합과 폭력이에요.”

조 대표는 시설 아이들이 겪는 상처가 깊다고 말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신뢰가 없어요.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잖아요. 그리고 시설에 있는 선생님들은 근무하다 다른 곳으로 떠나잖아요. 계속 머무는 게 아니니까요. 관계의 연속성이 없어요. 그러다보니 불안감과 상실감이 커요.”


만 18세에 보육원에서 나와 자립하는 것도 큰 어려움이다. “보육원에서 만 18세가 되면 이제 성인이니 나가라고 합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의지할 수 있었던 집인 보육원에서 나가야 하니 또 버려지는 것 같죠. 그렇게 당장 뭘 해야 할지, 어떻게 살지 막막한데 그 두려움을 안고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겁니다.”

 

“돈이 없어지면 의심을 받습니다”

고아권익연대는 사회적기업 ‘브라더스 키퍼’와 함께 지난 1월과 2월에 걸쳐 보육원 퇴소생들에게 ‘2019년 보호종결아동 자립 실태’ 조사를 했다. 10~60대 퇴소생 104명(남성 68명, 여성 36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퇴소 후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들은 주거(51명, 49%), 취업(22명, 21.2%), 사회 적응(17명, 16.3%)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당장 먹고사는 것도 걱정이지만, 사회의 차가운 시선도 그들을 힘들게 한다. “고아라는 이유로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무시당하는 것이 걱정돼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것을) 비밀로 합니다.” “주변에서 돈이 없어지면 의심을 받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에 ‘등록기준지’ 항목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확인하면 보육원 출신임을 알 수 있어요. 내가 공개하지 않는데도 시설에서 자란 게 알려져요.”

조 대표는 “고아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아라는 이유로 취업 면접 때 감점 요인이 되고, 결혼할 때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이제는 이런 차별을 끊기 위해서라도 ‘고아인권법’이 필요해요.”

고아권익연대는 내 편 없이 살아가는 고아들이 기댈 언덕이다. “한 달에 두세 번 긴급도움요청전화로 도와달라는 전화를 하는 분들이 있어요. ‘생활비가 없다’ ‘살 곳이 없다’ ‘치료비를 지원해달라’… 주로 의식주 문제 때문에 도움을 받고 싶어 하세요.”

조 대표는 보육원에서 나온 이들이 보내는 ‘에스오에스’(SOS)를 들으며 지난날 자기 모습이 떠오른단다. “고아원에서 퇴소하고 사회에 나오니까 그때부터 진짜 고아더라고요. 주위에 조언해줄 사람은 없고 그저 맨땅에 헤딩인 거죠. 시설 친구들은 다 뿔뿔이 흩어지고, 각자 살길 찾기 바쁘고요. 그때는 고아라고 떳떳하게 밝히기도 어려웠어요. 그걸 숨기고 사니 세상에 보이지 않는 존재 같았어요. 외롭고 막막했죠.”

조 대표는 사회적 돌봄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제가 아는 고아원 출신 중 70%는 전과자예요. 사회생활을 유흥업소에서 시작하는 분들도 있고요. 이게 시설 출신자들에게 편견을 갖게 하는 것 같지만, 이런 진실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그런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상처와 아픔이 있어요. 우리 사회는 그걸 봐야 합니다.”

 

인권 상담과 구제 활동…

지난해 10월, 조 대표는 30여 년 만에 가족을 만났다. 6개월간 경찰서, 병무청,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를 뛰어다니며 자신의 기록을 찾은 덕분이다. 지난 1월에는 어렵게 만난 아버지의 성에 따라 이름을 전윤환에서 조윤환으로 바꿨다. 조 대표는 자기처럼 잃어버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찾고 싶은 퇴소생들을 도울 예정이다.

“고아라는 이름을 내건 당사자 단체로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거리에서 방황하는 가출 고아와 보육원 퇴소자들을 위한 인권 상담과 구제 활동, 무연고 보육원 퇴소자 장례 서비스, 아동복지시설 감시 활동, 보육원 퇴소자 사회 정착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 연구 등을 할 겁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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