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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자립’ 강요받는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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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8 15:34:47

“또다시 버려져야 하는 이유가 뭐죠? 이제껏 내 선택으로 살아본 적이 없는데 나이가 됐으니 나가라니. 자기 자식은 안 되고 우리는 그래도 되는 건가?” 

보육원 퇴소를 반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성진이는 보육교사를 향해 울부짖는다. 교사는 휴대폰 너머의 남편과 “무슨 고3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벌써 독립이야. 그 나이에 혼자 살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라며 자식 얘기를 한다. 그러면서 도움을 청하는 성진이에게는 “이만큼 보호해줬으면 됐지 얼마나 더 해줘야 돼”라고 투덜댄다. 

대전의 한 극단에서 활동하는 박도령씨(27)가 쓴 연극 <바깥세상>의 한 장면이다. 박씨는 10여년간 보육시설에서 살다 2011년 퇴소했다. 오는 12월 공연을 준비 중인 그는 “시설에 있을 때가 가장 좋았다는 형들의 말을 나와 살아보니 알게 되더라. 요즘은 내가 애들한테 그 말을 한다”고 했다.

퇴소 직전 학교에서 배운 자동차 보수도장 기술로 취업했다. 첫 월급은 80만원. 한 달 용돈 5만원을 받다 생전 처음 만져본 큰돈이었다. 먹고 놀다보니 일주일 만에 거덜났다. 퇴소할 때 지자체에서 받은 자립정착금 300만원도 ‘탕진’했다. LH전세임대주택은 정보가 없어 지원하지 못했다. “그땐 예금과 적금 차이도 몰랐어요. 누가 돈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은행에 맡겨줬으면 좋았을 텐데. 언젠가 시설에서 교육을 했겠지만 퇴소 직전 일일이 신경써주지는 않으니까요. 정보가 있고 없고 차이가 정말 크더라고요.” 

연극을 시작한 지는 5년쯤 됐다. 공연이 있으면 한 달에 50만원 정도 번다. 단기 알바는 필수다. 버팀목전세자금대출로 구한 3000만원짜리 원룸 전세에 산다. 월세가 안 나가니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문제는 아플 때다. “석 달에 한 번쯤 꼭 병원 문 닫았을 때 아팠던 적이 있어요. 응급실 가면 30만~40만원은 기본이라 그동안 힘들게 모아놓은 돈이 다 깨져요. 도움 요청할 곳도 없고 세상 서러워졌죠.” 

올해 말이면 자기계발비를 주는 재단의 지원도 끊긴다. 이 처지에 ‘배고픈’ 연극을 계속해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박씨는 “앞에서 끌어주는 이가 없으니 줄타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사람’이 필요하다 

양육시설, 가정위탁,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시설을 떠나야 한다. 대학에 진학하면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퇴소한다. 매년 2500명가량이 ‘보호종료아동’이 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LH전세임대주택과 자립정착금(최대 500만원)을 지원한다. 아동이 후원자 도움으로 달마다 최대 4만원을 저축하면 지자체가 같은 금액을 적립하는 ‘디딤씨앗통장’도 있다. 정부는 올해 퇴소한 지 2년 이내인 보호종료아동에게 월 30만원을 주는 자립수당을 시범 도입했다. 보호 유형·지자체·시설 환경에 따라 지원금에 편차가 있지만, 박씨가 퇴소할 때보다 자립 지원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 ‘사람’은 없다. 30명 이상 아동복지시설에 1명씩 두도록 한 자립지원 전담요원으로는 부족한 실정이다. 18세에 사회로 떠밀린 이들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제대로 쓸 방법을 안내해줄 어른이 없다면 자립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제약회사 도매상에서 일하는 안지안씨(22)는 자립 3년차다. 보육원 사람들은 ‘안정적으로 살라’며 그를 공장에 취직시켰다. 다른 꿈을 찾고 싶어 10개월 만에 그만뒀다. 자립정착금은 모두 써버린 상태였다. 퇴사할 땐 기숙사 전기세를 몰아 내야 했다. 매달 전기세 고지서가 날아온다는 사소한 상식조차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보육원)에서 해줄 수 있는 건 취업이면 취업, 대학이면 대학이 끝이에요. 부모가 있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그만뒀을 때 돌아갈 집이 있지만, 우린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어요. (함께 자란) 친구들 사이에 아직 성공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장기적으로 길게 보는 시야를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늘 살고 마는 것처럼 살아온 게 후회가 되거든요.” 

사회복지사를 준비하고 있는 자립 2년차 최유정씨(21)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최씨는 “시설에선 원하는대로 대학을 보내줄 수 없다고 했고, 나도 돈 버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 취업을 했다. LH 신청도 못해 월세에 살다보니 꿈은 생각도 안 났다”며 “기초수급자인 나도 대학 가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고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발표한 ‘보호종료청소년 자립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전체 보호종료아동의 대학진학률은 13.7%에 그쳤다. 전체 고교졸업자의 대학진학률 68.9%에 5분의 1 수준이다. 취업을 선택한 이들은 주로 판매직이나 단순노무 업종에 종사한다. 연평균 임금은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데다 지출이 소득보다 크다. LH 주거지원을 받는 비율은 25%뿐이다.

보호종료아동 9명을 데리고 커뮤니티케어센터를 이끌고 있는 김충헌 센터장은 “비교적 좋은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도 실질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약하다. 자립정착금에 후원금까지 1000만원 이상을 갖고 퇴소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 3~4개월이면 다 써버린다”며 “진정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바른 방향으로 안내하고,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남지역 시설의 한 자립지원 전담요원은 “마음이 치유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나가서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지도하면 굉장히 반감을 갖는다”며 “시설에서도 자립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 맞춰 케어하는 부분이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가능을 강요하지 말자 

“주변 사람들한테 한 번 물어보세요. 18세에 자립한 사람 한 명도 없어요. 18세 자립은 불가능한 일인데 우리 사회가 불가능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나 싶어요. 고등학교 졸업 직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운 환경에서 대학을 안 갔다는 이유로 보호를 종료한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말이다. 

복지 전문가들은 ‘사람 지원’과 더불어 보호종료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는 “기본 나이는 높이되 원하는 사람은 시설에 더 머물고, 한 번 나갔다가 돌아올 수 있는 융통성도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복지서비스는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그것을 전달할 사람에 대한 고려가 없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도움 요청조차 하지 못하고 숨어든 이들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숙 한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아기한테 우유만 물려주고 있지 안아준다거나 말을 가르쳐준다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생존기술은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 한 번에 연령을 높이지 못하더라도 점진적으로 1~2세씩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지금까지 절대적 빈곤 해결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정서지원, 자립기술 교육을 담당하는 자립센터 체계를 만들고 자립 전담요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박도령씨의 생각은 어떨까. “기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한데, ‘늘렸으니 이제 됐지’라는 생각으론 안 될 것 같아요. 그 기간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법을 안내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퇴소 후 사후관리도 필요할테고요. 어떻게 지내느냐, 힘들진 않느냐는 전화 한 통이 소중하거든요. 살아가면서 생기는 수많은 물음표들, 걱정들을 조금이나마 지울 수 있는 방향이면 좋겠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9281048011&code=940100#csidxc0eff56543d8eafa7f1ca5a74be64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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