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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아이 더는 없길"…한인 입양인이 세뱃돈 들고 귀국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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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3 19:48:23
이데일리 박순엽 배진솔 기자] “미국으로 향하기 전 저에게 명절은 휴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어요. 명절의 의미조차 느끼지 못했던 과거의 저와 같은 청소년들이 이젠 없었으면 좋겠어요.”

한인 미국 입양인 줄리 듀발(57)씨는 매년 명절마다 ‘시설 퇴소 청소년’, 즉 만 18세가 넘어 아동보호 시설을 나온 이들과 시간을 보내고자 한국을 찾는다.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맡겨져 홀로 자랐던 그는 갓 시설을 나와 혼자가 된 청소년들이 명절에 느낄 고독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만난 듀발씨와 킴벌리 핸슨(53)씨는 과거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청소년들이 더는 외로워하지 않길 바라며 올해로 세 번째 열리는 설날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미국 입양인 줄리 듀발(왼쪽)씨와 킴벌리 핸슨씨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시설 퇴소 청소년들을 위한 설날 행사를 개최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배진솔 기자)
◇“누구도 도와주지 않던 ‘고아’…입양은 행운이었다”

어린 시절 국내 고아원에서 자랐던 듀발씨는 16살이 되던 해 그곳을 떠났다. 매일 학대가 일어나고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던 고아원은 듀발씨에겐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그는 여러 가정을 전전하며 이른바 ‘식모살이’를 했다. 남의 집안일을 하면서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듀발씨의 손엔 돈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동보호 시설을 나온 이들이 대개 그렇듯 듀발씨 역시 살기 위해선 다시 일을 구해야만 했다.

지인 소개로 사무용품 판매점에서 일하게 됐지만, 그곳도 다를 바 없었다. 하루 12시간 넘게 6개월간 일한 듀발씨가 받은 건 겨우 6만원. 1988년 처음으로 도입됐던 시간당 최저임금인 462.5원으로 계산해도 열흘치 수당밖에 되지 않는 돈이었다. 심지어 가게 사장은 듀발씨에게 성적 학대를 저지르기도 했다. 듀발씨는 “내가 고아라서 부모처럼 누군가 든든히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 괴롭혔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결국 사무용품점에서 나온 듀발씨는 다른 일을 구하고자 여러 곳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고아라서 채용할 수 없다’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듀발씨는 1986년 23살의 나이로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되면서 한국을 떠났다.

듀발씨는 한국에서 고아로 살아가며 학대와 차별을 받았던 삶이 미국 입양으로 완벽히 달라졌다고 표현했다. 자신을 아껴주는 가족도 생겼고, 미국에선 고아라고 취직을 거부당하는 일도 없었다. 그는 “아무리 고생을 했어도 미국에서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는 점에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은 친구들 떠올라…국내 시설퇴소청소년에 관심

그러나 미국 생활 중 문득 고아원에서 같이 자라왔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고아란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차별받고 숨어 지낼 친구들을 생각하면 듀발씨는 마음이 아팠다. 그는 인터뷰 도중 “한국은 국외 입양아들의 이야기엔 관심이 많지만, 시설을 나와 혼자 사는 청소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지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여러 차례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에 듀발씨는 미국에서 10년 넘게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던 같은 한인 입양인 핸슨씨와 함께 2016년 비영리 공익 단체 ‘러브 비욘드 디 올퍼니지(Love Beyond the Orphanage·LBTO)’를 만들었다. 이후 두 사람은 시설 밖으로 나와 아무런 보호 없이 사회에 내던져지는 한국의 시설 퇴소 청소년을 지원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LBTO는 매년 명절 행사를 개최할 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시설 퇴소 청소년들끼리 모일 수 있는 장소나 비용을 지원한다. 일부 대학생들에겐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핸슨씨는 “방학 중 대학 기숙사가 문을 닫아 곤란해하던 학생에겐 3개월간 미국에 와서 지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LBTO는 홀트아동복지회 등과 함께 여러 사업을 벌일 생각이다.
 
비영리 공익 단체 ‘러브 비욘드 디 올퍼니지(Love Beyond the Orphanage)’가 지난해 열었던 설날 행사의 모습. (사진=LBTO 홈페이지 갈무리)
◇“같이 명절 보내며 연대감도 높여…고아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

그중에서도 다가오는 설날 행사는 LBTO의 가장 큰 일정 중 하나다. 가족끼리 모이는 명절에 자칫 소외당할 수 있는 시설 보호 청소년들끼리의 연대감을 높여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주겠다는 게 듀발씨와 핸슨씨가 행사를 여는 목적이다. 듀발씨는 “우리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은 명절에 같이 밥을 해먹고, 윷놀이를 하는 게 처음이라고 말한다”며 “옛날의 나처럼 명절마다 작은 방에 혼자 있는 청소년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행사를 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25일 설날 당일엔 LBTO 측과 20~30여명의 시설 퇴소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윷놀이도 하고, 선물세트도 주고받으며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핸슨씨는 “우리 아이들이 세배한다고 해서 세뱃돈도 한가득 준비했다”며 “명절에 갈 곳이 있고 명절 행사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사실이 시설에서 퇴소한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가져다주길 바란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듀발씨와 핸슨씨는 자신들의 지원보다는 사회의 편견과 그릇된 인식을 없애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고아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자신들이 입양된 30년 전과 전혀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듀발씨는 “사회가 고아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니 고아인 청소년도 자존심이 낮아져 점점 숨게 된다”며 “힘든 청소년 옆에 있는 한두 사람이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 점차 한국 사회도 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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