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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 복지는 복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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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7 20:10:42
지난 3월25일 김민지(가명)씨가 경기도 부천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엄마에 대한 기억은 없어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둘이 살았어요.”

이수경(22·가명)씨는 17살 때 청소년쉼터로 보내졌다. ‘유일한 보호자’인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 국가의 돌봄이 필요한 ‘요보호아동’이 됐기 때문이다. “그때는 쉼터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사회복지사가) 보내주는 곳으로 갔죠.”

이씨는 안식처 같던 쉼터에서 퇴소할 때 알았다. 요보호아동이라도 어떤 시설에 있느냐에 따라 자립에 관한 복지 혜택이 다르다는 것을. 보건복지부 산하 보육원, 그룹홈 등 아동양육시설의 퇴소생들은 자립정착금 300만∼500만원, 디딤씨앗통장 등을 받고 나가지만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쉼터 퇴소생들은 자립정착금 없이 나가야 한다. 이씨가 그룹홈이나 위탁가정으로 보내졌다면 퇴소할 때 자립정착금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도 이씨는 자신이 운이 좋다고 했다. 자신을 후원해준 분 덕분에 국가가 주지 않은 자립정착금에 맞먹는 돈을 갖고 퇴소할 수 있었다. 이런 후원조차 받지 못한 퇴소생들은 빈손으로 나와야 한다.

이런 상황은 아동양육시설과 청소년쉼터를 담당하는 부서가 다르다는 이유뿐 아니라 청소년쉼터에 있는 청소년들은 ‘가출 비행청소년’ ‘문제아’라는 오랜 편견도 한몫한다. 가정 해체, 방임, 학대, 폭력 등의 이유로 가정에서 ‘탈출’하거나 버림받은 그들은 국가로부터 자립 복지에 관한 정책적 차별도 받고 있다. 기획 ‘자립당한 18세’ 1부(제1255호 표지이야기)에 이어 2부에서는 청소년쉼터 퇴소생들이 겪는 어려움과 ‘대학 진학 여부’에 따라 차별하는 아동복지법을 살펴봤다.

 

김현수(24·가명)씨는 10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동생과 함께 그룹홈에 맡겨졌다. 14살 때 아버지가 김씨 형제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들을 키울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았다. 아버지 대신 할아버지가 그들을 키웠다.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건강이 나빠진 할아버지는 그들을 청소년쉼터에 맡겼다. 결국 김씨는 그룹홈에 이어 청소년쉼터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지원 없이 자립하는 쉼터 청소년 3만2109명

김씨는 20살 때 청소년쉼터에서 퇴소했다. 그곳에서 나오기 전 아르바이트해서 200만원을 모았다. 그 돈으로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30만원의 방을 얻었다. “대부분 20살이 되면 쉼터에서 나가요. 그때를 대비해 알바를 해요. 길거리에 나앉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돈을 모아야죠.” 퇴소 뒤 휴대전화 매장에서 일했다. 판매 실적을 맞춰야 하니 할부로 휴대전화를 사서 빚만 늘었다. 지금은 백화점 구두 매장에서 일하지만 아직까지 그때 산 휴대전화의 할부값을 내고 있다. “월 180만원을 벌지만 돈이 모이지 않아요. 월세 30만원에 휴대전화 할부값 내고, 일 구하기 전 몇 달 쉬었을 때 카드 돌려막기를 해서 그 빚도 갚고 있어요.”

김씨의 동생은 쉼터에서 올해 가을께 퇴소한다. 동생과 함께 살 방 2개짜리 집으로 옮기는 게 바람이다. 그러나 모은 돈이 없어 걱정이다. 김씨는 “가장 필요한 건 주거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김씨가 지냈던 청소년쉼터는 가정폭력, 학대, 방임 등 가정 해체로 집을 나온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상담·주거·학업·자립 등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전국에 130여 곳이 있다. 보호 기간을 기준으로 일시쉼터(24시간~일주일), 단기쉼터(최장 9개월), 중·장기쉼터(최장 3년)로 나눠 운영된다. 2018년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쉼터에 3만2109명이 있다.

이현석 경상남도일시청소년쉼터 소장은 “쉼터에 온 청소년 70%는 가정폭력, 친족성폭력, 아동학대 등으로 집에서 ‘탈출’한 이들”이라며 “가정으로 돌려보내서는 안 되는 ‘가정 밖 청소년’”이라고 설명했다. 성남시남자청소년중장기쉼터 박주형 소장도 “쉼터라고 하면 부모와 안 맞아서 가출한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만 아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아동보호 연계 기관, 학교 등에서 연결해준 가정폭력 피해자거나 아버지가 교도소에 수감 중이거나 부모 모두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이 쉼터에 온다”고 말했다.

특히 3∼4년까지 머물 수 있는 중장기쉼터로 가는 청소년들은 가정폭력, 학대, 방임의 피해가 심각해 집에서 지내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 또한 부모의 이혼, 재혼 등으로 자녀 양육을 포기해 그들을 양육할 실질적인 보호자가 없는 경우도 많다. 이들이 가정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성가족부의 2017년 ‘청소년자립지원관 운영모형 개발연구’에 따르면 쉼터 입소생 890명 설문조사에서 64%가 “쉼터 퇴소 후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내일의 꿈 있었지만

김민지(22·가명)씨는 14살 때 새엄마의 매질 때문에 집을 나왔다. “아버지가 세 번째 재혼을 하고 새엄마가 왔어요. 새엄마가 날마다 때렸어요, 이유 없이. 아버지는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 같았어요. 그땐 다들 저처럼 맞고 사는 줄 알았어요. 게임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이렇게 사는 것이 정상이 아니란 걸 알았어요.”

김씨는 경기도 가평 집에서 나와 구리, 성남, 강원도 춘천 등에 있는 쉼터를 옮겨다니며 지냈다. “처음 가출했을 때 갈 곳이 없어 지하철 화장실에서 잔 적도 있다”는 그에게 쉼터는 “오갈 데 없는 그를 거둔 고마운 곳”이란다.

쉼터에서 퇴소한 김씨는 현재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30만원인 원룸에서 산다. 점점 “더 좁고 더 싼 데로 가고” 있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으로 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한쪽 발에 반깁스를 했다. 그래서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게 됐다. “지금 휴대전화 요금을 두 달 못 내서 발신 정지됐어요. 교통사고 합의금을 받으면 요금부터 내야죠.”

“오늘의 행복만 생각한다”는 김씨에게도 웹툰 작가라는 내일의 꿈이 있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국비 지원해주는 일러스트 학원에 다니려고 했는데 그러려면 아르바이트를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고정 수입이 있으면 안 된다니. 저 같은 사람은 월세도 내야 하고 생활비도 벌어야 해요. 집에서 부모 도움 받고 사는 애들이나 가능한 일이죠.” 살아가기 위해 일을 쉰 적이 없지만 모은 돈은 없었다. 재산은 보증금 200만원뿐이다. 그는 다친 다리가 나으면 “다른 알바 자리를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최임정(24·가명)씨는 14살 때 가정폭력으로 아동일시보호소에 보내진 뒤 청소년쉼터로 갔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다가 8살 때부터 아빠랑 살았어요. 그때부터 맞았어요. 한번은 아빠가 등산스틱으로 때려 온몸에 피멍이 들었어요. 허벅지 안쪽만 빼고. 머리카락이 잘리거나 고막이 찢어진 적도 있었어요.”

 

“억울하다”

최씨는 쉼터에서 지내며 상담을 받았지만 폭력의 상처는 여전하다. “지금도 힘들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이 상처가 평생 갈 것 같아요. 쉼터에서 나와서는 일주일에 한 번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어요.” 그는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힘들다고 했다.

최씨는 청소년쉼터와 아동양육시설 퇴소생에 따라 다른 자립 정책에 대해 “억울하다”고 말했다. “보육원 출신이면 대학 전형에도 가산점이 되고 퇴소하면 정착금에 주거지원도 해주잖아요. 보육원과 청소년쉼터 아이들의 다른 점은 일찍 버려졌느냐 늦게 버려졌느냐는 것 아닌가요. 저 같은 애들은 일반 가정 아이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위탁가정이나 아동복지시설에서 자립하는 퇴소 아동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500만원 이상의 자립지원금을 받고 여건에 따라 주거지원도 받는다. 그러나 청소년쉼터 퇴소 청소년들은 자립지원금도 없고 체계적인 주거지원도 받지 못한다. 최경옥 청운대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는 “행정상 관리체계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로 나뉘어서 생기는 문제”라며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 비슷한데 청소년에게 형평성 있게 지원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양육시설과 청소년쉼터로 보내지는 아이들이 엄격한 심의 과정을 거쳐 나뉘는 것도 아니다. 경기도의 한 사회복지사는 “아동양육시설에 가야 하지만 그곳 수용 인원이 차서 근처 청소년쉼터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며 “아동양육시설에 가느냐 안 가느냐는 복불복”이라고 말했다.

 

 
금융교육을 받는 청소년쉼터 입소생들. 성남시중장기청소년쉼터 제공

쉼터에도 자립 대책 강화를

청소년쉼터의 설립 태생과 운영 방식이 가출 청소년 보호나 가정 복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자립에 대한 정책 개발과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은 편이다. 그래서 퇴소한 청소년들의 안정적 자립을 위한 지속적인 사후관리와 지원이 미흡하다.

김윤나 서울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청소년쉼터를 보호 기간이 아니라 기능 측면으로 나눠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장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일시 보호를 하는 곳과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곳에서는 자립 대책을 마련해야 해요. 학업 지원, 취업 연계 등 사회적 자립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합니다.”

경기도청소년자립지원관 박현동 관장은 “쉼터를 퇴소한 만 19∼24세 후기 청소년들이 복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청소년쉼터는 ‘청소년기본법’ ‘아동복지법’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서비스 대상자가 동법에 규정된 연령인 9세 이상 24세 미만, 또는 18세 이하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쉼터에서는 20세 미만 청소년에게 이용 우선권을 주며, 실질적으로 20세 이상은 성인으로 간주해 입소를 거부당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경기도청소년자립지원관에서 지난해 10월 경기도 청소년쉼터 30개소를 대상으로 한 ‘청소년쉼터 퇴소 청소년 자립 지원에 관한 실태조사’에서 퇴소 이후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퇴소를 준비할 때쯤이면 이후 거주지를 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 생활비 부담, 구직 어려움, 장래에 대한 불안과 좌절, 도움 줄 사람이 없다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 관장은 “후기 청소년들이 온전한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 ‘함께 잇기, 함께 걷기, 함께 서기, 함께 있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심리적 자립은 쉼터에서 보내는 단기간에 완벽하게 될 수 없다. 어릴 적부터 기초교육이나 생활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회에 나가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자립을 준비하는 시기에 자립과 의존을 반복할 수 있도록 쉼터 퇴소 사후관리가 절실하다.

경제적 자립뿐 아니라 정서적 자립을 위한 사회적 지지망도 필요하다. 성남시남자청소년중장기쉼터 박주형 소장은 “청소년기에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가 대부분인데 자존감이 낮고 불안, 우울감이 심각하다. 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될 때까지 퇴소 이후에도 상담, 멘토링 등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용 주임도 “청소년 시기에 방황도 하고 도전도 할 수 있는데, 그러다 한번 쓰러지면 이들은 나락으로 떨어진다”며 “이때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범죄 등 사회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기도 구리에 사는 쉼터 퇴소생 이민희(22·가명)씨는 월 30만원을 내는 고시텔에서 생활한다. 이씨는 쇼핑몰 콜센터에서 고객들의 폭언에 스트레스를 받아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식당에서 일한다. 13살 때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집에서 뛰쳐나왔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

쉼터에서 5년간 지내고 나온 이씨는 살 곳을 찾는 게 제일 힘들다. “어릴 때는 아파트에서 살아보는 게 꿈이었어요. 아파트면 햇빛이 잘 들 것 같아서요. 줄곧 지하방에서 살았거든요. 이젠 그런 것도 바라지 않아요. 고시텔에서 벗어나 내 몸 누울 수 있는 작은 원룸에서 살고 싶어요.”

그런 그에게도 꿈같은 시간이 있었다. 쉼터 선생님처럼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싶었던 이씨는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갔다. 학자금대출 500만원을 받아 공부하고 싶었지만,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해서 1학년 1학기만 다니고 휴학했다. 이씨는 학자금 다 갚고 언젠가는 다시 공부할 거란다. 그 희망을 품고 사는 그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월세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을 쉴 수 없는 쉼터 퇴소생들. 그들에게 불안한 주거 환경은 자립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최 교수는 “아동양육시설 퇴소생들이 받는 주택지원정책을 쉼터 청소년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지자체에서는 자립관이나 자립공동생활가정 등 자립 준비를 위한 주거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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