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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고 쳤는데…저, 고아라서 소년원 가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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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0 22:53:35
[소년원에서 보낸 일주일]
소외된 아이가 ‘감별’된다

소년법정서 본 풍경
범죄정도 뿐 아니라 가정형편 따라 운명 갈려
소년원생 “제가 국회의원 아들이면 여기 왔겠어요”

 

그곳에 ‘거리의 아이들’이 있었다. 경기 의왕시 서울소년원과 안양시 서울소년분류심사원. 서울소년원의 다른 이름은 고봉중·고등학교다. <한겨레> 기자가 1주일간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만났다. 그들이 소년원에 오게 된 사연, 소년원 생활을 살폈다. 이곳은 성인 교도소보다 더 철저히 무전유죄 원칙이 관철되는 곳이다. 한번 소년원에 들어온 아이들은 다시 들어올 확률이 높다. 이 아이들을 다시 ‘거리’로 내몰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까. 3회에 걸쳐 실태와 대안을 싣는다.

 

 

 

일러스트/김대중
일러스트/김대중
지난달 초 어느 날 오전 10시52분. 서울가정법원 소년 법정 대기실에 앉은 진우(가명·18)가 시계를 올려다보며 다리를 달달 떨었다. 가무잡잡한 얼굴에 180㎝가 넘는 키, 씨름 선수를 연상시키는 다부진 체격이다. 우람한 손목을 가두기에 수갑이 작아 보였다. 진우는 2년 전 폭행과 무면허 운전 등 혐의로 1년 반 동안 소년원 신세를 졌다. 이번엔 친구가 알바로 일하는 편의점에 놀러 갔다가 모르는 손님들과 시비가 붙어 맥주병을 던지고 때렸다. 혐의는 폭행치상.

 

 
진우는 불퉁한 표정으로 말이 없다. 재판 시각에 다다르자, 호송관들을 보며 한마디 했다. “저, 나갈 수 있을까요?” 호송관은 진우의 물음에 엄한 표정을 다소 풀며 당부했다. “만약 8, 9, 10호(소년원 송치) 결정이 나면 조용히 이 대기실로 돌아오는 게 좋다, 이 말이야. 판결에 따라 성질부리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러지 말아. 그래 봤자 판결이 바뀌지 않거든.” 오전 11시, 재판이 시작되고 진우가 문을 열었다. 법대에 앉은 판사가 진우를 바라본다. 근 한달 동안 보지 못한 엄마가 법정에 앉아 있었다. 진우의 미래가 판결에 달렸다.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아 엄마를 뒤로하고 대기실로 돌아오거나, 엄마와 함께 밖으로 나가거나.

 

 

■ 소년 재판은 ‘컵라면 재판’

 

진우가 법정에 들어선 지 8분 정도 됐을까. 탕! 법정 대기실 문을 때리듯 열어젖히며 진우가 소리쳤다. “아이 ××. ×새끼가. 지는 자식 없나.” 그는 최대 2년간 소년원에서 지내야 하는 10호 처분을 받았다. 조기 퇴소한다 해도 최소 1년은 소년원 담장을 넘지 못한다. 진우의 재판이 끝나자 법정 대기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끊임없이 귓속말을 주고받던 소녀들은 대화를 멈췄고 어떤 아이는 두 손을 모았다. 진우는 의자에 발을 뻗어 걸치고 천장만 바라봤다.

 

진우를 비롯해 15~18살 청소년 7명이 재판을 받는 데 걸린 시간은 한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컵라면이 익을 시간에 재판이 끝난다고 해서 흔히들 소년재판을 ‘컵라면 재판’이라고 한다. 진우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소년원행을 면했다. 소년법상 1~5호 처분을 받은 아이들은 법정으로 들어가서 진우와 반대편 문으로 나갔다. 법정을 나서는 아이들과 보호자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심사원 ×× 같아.” “그러니까 이제부터 잘해야 돼.” 울며 부둥켜안은 어머니와 아들, 다소 거리를 두고 말없이 가정법원 출구로 걷는 아버지와 아들, 손녀를 데리러 온 백발 파마머리의 왜소한 할머니까지. 할머니는 기자를 호송관으로 알았는지 연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일곱 아이는 이날 아침 서울소년분류심사원(심사원)에서 호송버스로 함께 이곳에 왔다. 심사원의 옛 이름은 ‘소년감별소’. 이름 그대로 아이들이 어떤 처분을 받을지 ‘감별’하는 곳이다. ‘미결’ 상태로 2주에서 최대 두달까지 심사원에 머문다. 이날은 ‘기결수’가 되는 날이다. 심사원에 처음 입고 왔던 옷으로 갈아입고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쐬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편지 한장씩을 들고 법원에 갔다. 심사원에서 쓴 반성문이다. ‘판사님’께 보여드리려고 펜을 꼭꼭 눌러썼다.

 

■ 소외된 소년이 소년원으로

 

진우와 나머지 여섯 아이. 무엇이 그들을 가른 차이였을까. ‘컵라면 재판’의 이면에는 ‘소년분류심사서’(심사서)가 있다. 심사원에서 본인 및 보호자 면담 등을 거쳐 심사서를 작성한다. 재판부는 심사서 위주로 판단한다. 심사서는 외부에 비공개여서 보호처분 대상자 변호인도 입수하기 어렵다.

 

심사서를 작성하는 조사관은 아이들에게 미안한 게 많다고 했다. 조사관은 심사서에 보호처분 수위를 정하는 ‘최종의견’을 쓰는데, 아이들의 운명이 ‘최종의견’에 달려 있다. 최종의견은 범죄의 정도와 비행 전력, 합의 여부와 보호자의 보호 의지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조사관이 미안해하는 건 합의 여부와 보호자의 보호 의지 부분이다. 부모가 없거나, 있더라도 돌볼 수 없는 처지인 ‘거리의 아이들’은 어김없이 여기에 걸려들고 만다. 가난한 부모는 피해자와 합의할 돈이 없어 ‘미합의’에 그치고, 하루하루가 전쟁 통인 부모가 면회를 자주 못 가면 ‘보호력 미약’이 된다. 이렇게 소년원에 들어가는 8~10호 처분 대상 소년들의 심사서에 공통분모가 생긴다. ‘보호자 없음’ ‘보호력 미약’ ‘(피해자와) 미합의’ ‘보육원에서도 보호에 어려움을 호소’ 등. 소년원에 갈 아이를 ‘감별’하는 언어다.

 

“심사원이 아이들에게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알게 하는 곳일까 겁나요. 가끔 돈 많은 집 아이들은 (심사원에 들어가지 않은 채 사회에서 보호처분을 기다리는) 불위탁 상태로 재판을 받거든요.” 특히 국선이 아닌 사선 변호사가 있는 아이들이 ‘소년원에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경향이 있다고 조사관은 말했다.

 

 

■ “선생님, 저 고아라서 소년원 가는 건 아니죠?”

 

조사관은 대답하기 힘든 아이들의 질문에도 직면한다. “같이 사고 쳤는데 왜 저만 소년원에 가요?”라는 물음에 ‘너희 부모님이 피해자와 합의를 못 하셨다’고 차마 말하지 못한다. “선생님, 제가 고아라서 소년원 가는 건 아니죠?” 보육원 출신으로 소년원 입소 처분을 받은 성우(가명·19)의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보육원 출신 정기(가명·17)도 조사관의 기억에 남았다. 보육원 쪽에서 “정기를 계속 보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법원과 심사원에 통보해왔다. 이미 폭력으로 보호처분을 받은 정기가 지속적으로 아이들과 다툰다는 이유였다. 보육원이 보호 의사를 밝히지 않아 정기의 소년원행은 재판 전에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다. 정기가 보육원의 태도를 눈치챌까, 조사관은 소년 법정에 꼭 출석해달라고 보육원에 당부했다. 정기는 다행히 법정에서 보육원 선생님과 작별했고, 지역의 한 소년원으로 이송됐다.

 

소년재판 이틀 뒤 고봉고등학교에 재입교한 진우를 만났다. 비스듬히 의자에 앉은 그는 재판 때보다 차분해 보였다. 한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진우는 학교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고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방황했고 어머니는 가게를 운영하느라 바빴다. “아이들하고 어울려 다니다가 시비 붙으면 때려주고, 돈 생기면 오토바이 샀어요. 그땐 그게 좋았어요.”

 

그는 많은 말을 “제가 잘못했다”로 시작했다. 소년원에 오게 된 과정에 관해 물을 때는 “이건 좀 아니지 않으냐” “너무하다”는 말도 자주 했다. 소년원 입소 경험이 있는 그는 뭔가 부조리하다고 느꼈다. 주변에서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다른 처분을 받은 사례를 알기 때문이다. “(그 애는) 특수강도(혐의)인데 소년원 안 가고 집에 갔다더라고요.” 그는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돈 많으면 여기 안 오죠. 국회의원 아들이면 여기 왔겠어요?”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73705.html#csidxd1b5c02eefe345b98f33c82dc30e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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