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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 입양인’ 애덤 크랩서 한국 정부 상대 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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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4 11:53:29


미국으로 입양된 지 거의 40년이 지나 고국인 한국으로 강제 추방된 애덤 크랩서씨는 한국 정부와 입양기관에 책임이 있다며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일 인터뷰에서 소송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크랩서씨.[AP]

미국에 입양돼 40년 가까이 외국인 신분으로 거주하다가 지난 2016년 한국으로 추방된 입양인 애덤 크랩서(한국명 신성혁)가 한국정부와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크랩서 씨는 한국 정부와 홀트복지회가 그를 포함한 수천 명의 한국인 아이들이 미국과 서방 국가들로 보내지는 과정에서 그들의 장래를 전혀 보장하지 않았다며 2억 원(약 17만7천 달러) 규모의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AP통신은 이 소송이 한국에서 입양아 수출이 사업처럼 행해진 1970년대와 1980년대 아이들이 불필요하고 무책임하게 가족들로부터 떨어지게 됐던 어두운 과거를 다시금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60여 년 간 한국에서는 약 20만 명의 아동들이 해외로 입양됐으며 크랩서 씨가 미국으로 입양된 1979년 한 해에는 4천 명이 넘는 아이들이 해외로 보내졌다.



크랩서 씨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헤어져 홀로 한국으로 온 뒤 극심한 불안과 우울증세를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의 원베드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정신치료를 받으며 종종 한국에 거주하는 생모 권필주 씨와 만남을 갖고 있으나 일생을 미국에서 보낸 터라 한국어를 하지 못해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생활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가 다시 미국에 입국이 허가되려면 8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3살 때인 1979년 처음 미시간의 양부모에게 입양된 크랩서 씨는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받다가 1985년 사실상 파양됐고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이후 크랩서 부부에게 입양됐지만 다시 부엌용품으로 구타를 당하고 뜨거운 물체로 살이 지져지는 등 심한 학대를 겪었다. 1991년 크랩서 부부는 아동 폭행 및 성적 학대 혐의로 체포됐으며 애덤 크랩서 씨는 집에서 쫓겨난 뒤 한국의 고아원에서 가지고 온 강아지 인형과 한국어 성경을 되찾고자 집에 침입했다가 붙잡혀 이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함께 미국으로 입양된 크랩서 씨의 누나는 좋은 부모에게 입양돼 미국 시민권을 얻었으나 크랩서 씨의 양부모는 시민권 신청을 해주지 않아 그는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이에 16세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노숙자 신세가 된 크랩서 씨는 거리를 전전하는 동안 불법적 총기소지와 폭행으로 전과를 얻었다.

이후 아이 셋을 둔 가장이 돼 이발소를 열고 사업을 시작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고 생각하게 된 그는 2012년 이미 만료된 영주권의 연장 신청을 했으나 영주권 심사 과정에서 전과 사실이 드러나며 2015년 강제추방 서류를 받게 됐다.

크랩서 씨는 소송을 통해 입양이 손쉽게 이뤄지도록 자신의 입양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것에 대해 복지회와 정부에 책임을 묻고 있다. 또 해외 입양이 이익기관에 의해 입양 부모들로부터 비용을 받고 이뤄진 것에 대해 정부에 책임을 물을 것과 입양 부모들이 입양을 위해 한국에 직접 방문하는 것을 정부가 의무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3년에야 해외 입양이 지방 가정법원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됐다.

현재 미국 입양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추방된 뒤 한국에 거주하는 이들은 크랩서 씨를 포함 5명으로 한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들 중 몇몇은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폭행과 기타 죄목으로 징역을 살기도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홀트복지회 김호현 회장은 당시 복지회에서는 규정을 준수했으며 입양아들의 시민권 취득 여부는 입양국의 부모 및 기관의 책무였다고 밝혔다. 한국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입양인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입양인 강제추방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논의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안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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